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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적분을 만들게 됐나

지도를 열었더니 제가 사는 아파트가 빨간색이었습니다. 제 손으로 만든 지도에서요. 같은 단지 옆 평형은 노란색인데 제가 사는 평형만 고평가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계산이 어디서 어긋났나 싶어 숫자를 하나씩 되짚었습니다.

볼수록 이상했습니다. 같은 상태에 놓인 평형이 수천 개였거든요. 제 집이 우연히 걸린 게 아니라, 제가 못 보고 있던 자리에 마침 제 집이 있었던 겁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몇 해 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격은 다 나오는데, 비싼지 싼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실거래가를 보여주는 서비스는 이미 많습니다. 매물이 나오고, 그래프가 나오고, 주변 학교와 상권까지 나옵니다. 저도 몇 년째 그런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가격, 지금 사도 되는 건가.

차트가 올라가고 있으면 지금이 꼭대기 같았습니다. 내려가고 있으면 더 빠질 것 같았고요. 어느 쪽으로 봐도 말이 됐습니다. 말이 되는 해석이 두 개면 그건 해석이 아니라 기분입니다. 판단은 늘 제 몫이었는데, 저는 그 판단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판정을 해주는 서비스가 없진 않았습니다. 유료였고, 왜 그렇게 나왔는지는 안 알려줬습니다. 인공지능이 스물두 개 변수로 계산했다는 설명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그 결과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할 근거가 없더군요. 모르는 걸 모르는 채로 믿는 건 제 성격에 안 맞았습니다.

그래서 직접 계산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엑셀이었습니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몇 퍼센트인지, 그 비율이 예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지역마다 적어 내려갔습니다. 한 지역에서 숫자가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길래 그 기준을 옆 지역에도 그대로 얹었습니다. 시장이야 어디나 비슷하게 굴러갈 줄 알았거든요.

틀렸습니다. 어떤 지역은 단지 대부분이 저평가로, 어떤 지역은 대부분이 고평가로 나왔습니다. 계산이 지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세와 매매의 관계는 동네마다 다른데, 한 동네에서 얻은 잣대를 옆 동네에 대면 그 동네 전체가 통째로 한쪽으로 밀립니다. 한쪽으로 다 쏠린 답은 틀렸다는 티가 안 납니다. 지금은 지역마다 기준을 따로 잡습니다.

이런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세라고 부르던 값이 알고 보니 반년 전 가격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거래가 많은 평형은 1년치를 통째로 섞어 가운데 값을 냈는데, 화면에는 이번 달 실거래가 떠 있고 제 시세는 반년 전을 말하고 있었던 거죠. 최근 몇 건만 쓰도록 고쳤습니다.

그런데 처음 낸 수정안은 도로 접었습니다. 재검토가 제 원안을 깼습니다. 거래가 드문 평형이 오히려 더 나빠졌거든요. 고치려던 것이 다른 데를 부수는 일은 그 뒤로도 계속 나옵니다. 그래서 잣대 하나만 믿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 각도로 재보고, 서로 어긋나면 어긋난 채로 화면에 남겨둡니다.

만든 것은 색칠된 지도 하나입니다

지도를 열면 색이 보입니다. 파란 단지는 지금 값이 그동안의 흐름에 비해 싼 편이고, 빨간 단지는 비싼 편입니다. 노란 단지는 그 사이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파란색이 "앞으로 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 값이 그동안 쌓인 흐름에서 어느 쪽에 서 있는지를 표시한 것뿐입니다. 지금이 싼지 비싼지를 재는 일과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를 맞히는 일은 애초에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앞의 것만 합니다. 뒤의 것은 못 하고, 못 한다고 적어두는 편이 맞다고 봤습니다.

대신 숫자 하나로 못을 박지 않습니다. "이 집은 6억 3천만 원입니다"라고 하는 대신 범위로 보여드립니다. 어떤 계산에도 오차가 있는데, 오차를 감춘 딱 떨어지는 숫자가 오히려 정직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범위가 넓으면 제가 그만큼 확신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 사실까지 화면에 나가야 쓸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지금은 경기도 47개 시군구 전역과 서울 일부, 9,926개 단지를 담고 있습니다. 쓰는 자료는 전부 공개된 것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한국은행 금리, 공동주택 관리정보. 어디서 가져왔는지 밝힐 수 없는 숫자는 한 개도 안 들어갑니다.

전세는 새로 맺은 계약만 씁니다. 갱신 계약은 법으로 인상 폭이 묶여 있어서 오늘 시세를 말해주지 않거든요. 2년 전 값에 정해진 만큼만 얹은 숫자를 시세라고 부르면, 그 위에 뭘 계산하든 같이 틀립니다.

혼자 만들었고, 약한 데가 어딘지도 압니다

혼자 만들었습니다. 부동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실거래 데이터를 들여다보던 사람입니다. 감정평가사도 아니고 부동산 회사에 다니지도 않습니다. 「필요하면 한 줄 더 — 어떤 블로그를 얼마나 운영해왔는지」

그러니 이 도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과거 데이터로 되짚어보면 잘 맞는 구간이 있고 눈에 띄게 안 맞는 구간이 있습니다. 가장 약한 곳은 재건축 기대가 붙은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재건축 기대는 전세가에 안 붙고 매매가에만 붙는데, 이 계산은 전세를 잣대로 삼기 때문입니다. 잣대가 못 보는 것을 잣대가 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약점을 어디까지 맞고 어디부터 조심해야 하는지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쓰시기 전에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약점을 먼저 다 읽고 나서도 써볼 만하다 싶다면, 거기서부터가 이 도구가 쓸모 있는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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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적분은 참고 도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거래의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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