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 뜸한 아파트의 시세는 어떻게 봐야 하나
작은 단지의 어느 평형이 1년 동안 세 번 팔렸습니다. 5억 8천, 6억 2천, 6억 5천. 중간값을 잡으면 6억 2천입니다.
이 숫자를 시세라고 불러도 될까요.
세 건 중 하나만 바뀌어도 시세가 몇 천만 원 움직입니다
그 세 건이 어떤 집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5억 8천은 1층이었을 수 있습니다. 6억 5천은 수리를 막 끝낸 로열층이었을 수 있고요. 거래가 서른 건이면 이런 사정이 서로 상쇄됩니다. 세 건이면 상쇄될 게 없습니다.
한 건이 빠지거나 더해질 때마다 중간값이 통째로 움직입니다. 6억 5천 대신 7억짜리가 한 건 있었다면 중간값은 6억 5천이 됩니다. 같은 집인데 3천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셈이죠. 이건 시세가 아니라 표본의 우연입니다.
2년 전 거래를 그냥 섞으면 시세가 과거로 끌려갑니다
거래가 적으니 기간을 넓히고 싶어집니다. 2년치, 3년치를 모으면 건수는 늘어나니까요. 그런데 2년 전 가격은 지금 가격이 아닙니다.
시장이 그사이 움직였다면, 오래된 거래를 그대로 섞는 순간 시세가 과거로 끌려갑니다. 그래서 오래된 거래를 쓸 때는 그사이 그 지역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로 보정합니다. 금융권에서 담보를 평가할 때 쓰는 방식과 같습니다.
보정을 해도 오차는 남습니다. 지역 전체가 5% 올랐다고 그 단지가 정확히 5% 오른 건 아니니까요. 보정은 오차를 줄이는 일이지 없애는 일이 아닙니다.
거래가 많은 평형에서 저는 반대쪽 실수를 했습니다
얇은 시장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1년치 거래를 전부 섞어 중간값을 내다 보니, 거래가 서른 건씩 되는 평형에서는 그 중간값이 사실상 반년 전 가격이 되고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이달 실거래가가 떠 있는데, 제가 "시세"라고 부르는 숫자는 반년 전을 가리키고 있었던 겁니다.
건수가 많다고 늘 좋은 게 아니었습니다. 오래된 거래를 그만큼 오래 붙들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가장 최근 거래 몇 건까지만 쓰도록 바꿨습니다. 실제 오차를 다시 재보니 거래가 많은 평형에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거래가 적은 평형은 이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쓸 거래가 몇 건 없거든요. 얇은 시장의 어려움은 방법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확신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범위를 넓히는 것뿐입니다
거래가 적으면 적정가 범위가 넓게 나옵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범위가 넓다는 건 제가 그만큼 확신이 없다는 뜻입니다.
전세 거래가 아예 없는 평형은 옆 평형에서 어림잡아 계산하고, 화면에 "전세 거래가 없어 옆 평형에서 어림했습니다"라고 밝힙니다. 숫자를 내놓으면서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감추는 게 제일 나쁘다고 봤습니다. 재료가 부족하면 판정 신뢰도도 낮춰서 표시합니다.
보실 때는 범위의 폭을 먼저 보시면 됩니다. 넓으면 덜 믿으시는 게 맞습니다. 같은 단지의 다른 평형도 같이 열어보세요. 한 평형만 튄다면 그 평형 거래가 특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주변의 비슷한 단지와 견줘보는 것도 방법이고요.
그리고 이런 집일수록 직접 가보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1년에 두세 건 팔리는 평형에서 데이터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몫은 발품이 합니다.
⚠ 아적분은 참고 도구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거래의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