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인데 옆 동네와 전세가율이 크게 다른 이유
시청이 하나입니다. 주소에 적히는 시 이름도 같고, 뉴스에 나올 때도 한 덩어리로 묶입니다. 그런데 그 안의 두 동네를 나란히 놓고 전세가율을 재보면 같은 시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벌어져 있습니다. 옛 읍면과 새 신도시가 한 행정구역에 같이 들어 있는 곳이 특히 그렇습니다. 화성시가 그런 경우죠.
전세가율은 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값입니다. 계산은 나눗셈 한 번입니다. 어려운 쪽은 왜 이렇게까지 갈리느냐입니다.
전세가에는 오늘의 살림살이만 담깁니다
전세로 들어가는 사람은 그 집에서 살 계획으로 돈을 냅니다. 출근이 편한지, 아이 학교가 가까운지, 겨울에 웃풍이 있는지를 봅니다. 계약 기간은 길어야 몇 년이고요.
10년 뒤에 이 동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그 사람 계산에 안 들어갑니다.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때쯤이면 다른 집에 살고 있을 테니까요. 전세가는 앞날을 값에 얹지 못하는 가격입니다. 얹을 자리가 없습니다.
매매는 다릅니다. 사는 사람은 그 집을 몇 년이고 들고 있게 됩니다. 그동안 동네가 달라진다면 그 변화가 통째로 자기 몫이 되고요. 그래서 매매가에는 오늘의 쓸모에 더해 앞날에 대한 값이 같이 붙습니다.
계획은 매매가에 먼저 도착하고 전세가에는 한참 뒤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동네가 갈립니다.
광역 철도 노선이 지나간다는 계획이 잡히면, 그 소식은 발표된 날부터 매매가에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착공 전이어도 상관없고 개통이 몇 년 뒤여도 상관없습니다. 사는 사람은 그 몇 년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동탄 일대처럼 계획 단계에서부터 이름이 오르내린 곳은 그 과정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전세가는 같은 소식에 거의 반응하지 않습니다. 노선이 실제로 열려서 통근 시간이 줄어야 그제야 움직입니다. 계획서가 아니라 개찰구가 있어야 반응하는 가격이죠.
한쪽은 먼저 움직이고 한쪽은 나중에 움직이니 그사이 두 값의 거리가 벌어집니다. 전세가율은 그 거리를 나눗셈으로 보여주는 숫자고요. 계획이 걸려 있지 않은 동네에서는 이 벌어짐이 잘 안 생깁니다. 그런 곳의 매매가는 대체로 지금의 쓸모 근처에 머뭅니다. 같은 시 안에서도 전세가율이 크게 갈리는 건 그래서입니다.
낮다고 위험하고 높다고 안전한 숫자가 아닙니다
전세가율이 낮은 동네를 두고 거품이라 부르기는 쉽습니다.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기대에 근거가 있어서 결국 설명되는 경우도 있고, 근거가 흐려져 그만큼이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아는 건 지금 그 값에 기대가 두껍게 섞여 있다는 사실까지입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거의 닿을 만큼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들이 있습니다. 기대가 안 붙었다는 뜻이라 싸 보이지만, 자기 돈이 거의 안 들어가는 구조라 갭투자가 몰리기도 합니다. 전세가가 조금만 빠져도 그만큼을 당장 채워 넣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5억짜리 집에서 전세가 2%만 밀려도 천만 원입니다. 높은 전세가율은 안전벨트가 아닙니다.
그래서 시 단위 평균은 잘 안 씁니다
한 시의 전세가율 평균을 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숫자를 들고 그 시의 어느 동네에 가도 잘 안 맞는다는 겁니다. 성격이 다른 시장 여럿을 한 통에 넣고 저은 값이니까요. 평균이 대표하는 동네가 정작 그 시 안에 없는 일도 생깁니다.
아적분이 보는 건 그 지역의 평소 수준입니다. 지금 값이 그 동네가 오래 머물던 자리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요. 옆 동네와 견주는 게 아니라 그 동네의 과거와 견줍니다. 같은 잣대를 성격이 다른 시장에 들이대면 한쪽은 늘 싸게, 한쪽은 늘 비싸게 나옵니다.
행정구역은 사람이 그은 선이고, 전세가율은 사람들이 그 동네에 실제로 낸 돈입니다. 둘이 안 맞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시가 아니라 동네로 봐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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