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시세를 볼 때 갱신 계약을 빼야 하는 이유
전세 시세를 낼 때 저는 새로 맺은 계약만 씁니다. 살던 사람이 연장한 건은 뺍니다.
규칙은 한 줄입니다. 안 지키면 시세가 통째로 낮아집니다.
갱신 계약의 가격은 시장이 매긴 값이 아닙니다
2020년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세입자가 원하면 한 번 더 살 수 있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그때 집주인이 올릴 수 있는 전세금에 상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갱신 계약서에 적힌 금액은 시장이 매긴 값이 아닙니다. 2년 전 가격에 정해진 만큼만 얹은 숫자죠. 그사이 시장 전세가가 30% 움직였어도 이 계약은 상한까지만 오릅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같은 달에 맺어졌는데 두 계약의 성격이 아예 다릅니다.
이 숫자는 오늘의 시세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2년 전 시세를 조금 늦게 말해줄 뿐입니다.
열 건을 섞으면 4억짜리 집이 3억 5천이 됩니다
한 단지에서 1년간 전세 계약이 열 건 있었다고 해봅시다. 새 계약 다섯, 갱신 다섯.
새 계약은 요즘 시세인 4억 근처에서 이뤄집니다. 갱신 계약은 2년 전 3억에 상한만 얹어 3억 1천 근처고요. 값이 두 덩어리로 갈립니다. 열 건을 다 섞어 중간값을 내면 3억 5천쯤이 나옵니다.
지금 그 집에 전세로 들어가려면 4억이 있어야 하는데, 계산은 3억 5천이라고 말합니다. 5천만 원이 조용히 사라진 겁니다.
전세를 잣대로 매매가를 재는 방식에서는 이 오차가 그대로 번집니다. 잣대가 5천만 원 짧으면 그 잣대로 잰 값도 전부 짧게 나옵니다. 전세 시세가 틀리면 그 위에 올린 계산은 아무리 정교해도 같이 틀립니다.
전세가가 안정된 시기에는 두 계약의 차이가 작습니다. 문제는 전세가가 크게 움직인 다음입니다.
전세가 크게 오른 이듬해에는 갱신 계약이 시세보다 한참 아래에 깔립니다. 크게 떨어진 뒤에는 반대로 시세보다 높은 갱신 계약이 남아 있고요. 어느 쪽이든 섞으면 실제와 멀어집니다. 하필 판단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료가 가장 흐려집니다.
오래된 자료를 볼 때는 일부러 반대로 합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자료에서는 갱신 계약도 함께 씁니다.
실거래 신고에 신규인지 갱신인지가 표시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입니다. 그 전 자료에는 구분 자체가 없습니다. 그럼 그 시절 자료를 버려야 할까요. "이 지역의 전세가율이 지난 10년간 어느 수준이었나" 같은 긴 흐름을 볼 때는 구분 없이 전부 씁니다. 오래된 자료를 버리면 견줄 기준 자체가 사라지거든요.
지금 시세를 잡을 때는 신규만, 오랜 흐름을 볼 때는 전부. 기준이 두 개면 왜 두 개인지 밝혀두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전세를 끼고 사실 계획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직접 알아보실 때도 같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갱신 여부가 표시되니 그 건들을 걸러내고 보세요. 숫자 몇 개가 빠질 뿐인데 남는 그림이 달라집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실 때는 이게 바로 돈 문제가 됩니다. 지금 세입자가 갱신 계약으로 살고 있다면 그 전세금은 시세보다 낮을 가능성이 큽니다. 나중에 새로 계약할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그 숫자가 아니라는 뜻이죠. 계약서에 적힌 3억 1천과 시장의 4억, 그 차이만큼 자기 돈이 더 들어갑니다.
이름은 둘 다 "전세 계약"입니다. 안을 열어보면 다른 물건이고요.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한 통에 담는 순간, 그 뒤로는 무엇을 계산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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